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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향전
2008. 8. 6. 13:50
경계 없음의 경지는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세계를 소멸시켜 경계 없음에 도달하는 것은 하수이다. 자기영역을 굳건히 지키면서 경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고수가 되는 것이다.
복수는 어느 누구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파멸로 종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크다.
그래서 세상의 현자들은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일지라도 너그러이 용서하라고 누누이 말씀하시는가 보다. 용서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속에 화를 담아두게 되는 것이고, 화를 오래 담아두면 독이 되어 마음에 구멍을 내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 용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관계의 속성은 방랑에 가까운 것 같다. 자연을 방랑하는 태도로 상대방의 세계에 다가가면,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배로 넓어질 것이다. 자연은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처럼 규칙적이면서도 형형색색 그 모습이 변화무쌍하고, 때론 폭풍우처럼 예측 불가능하다. 자연은 바위처럼 늘 한결같은가 하면 파도처럼 모험적이고, 얼음처럼 차갑기도 하다. 자연을 여행하듯 사람을 맞이하고 사랑을 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언제나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나 혼자만 세상을 약지 못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속임수에 능란하고 약아빠진 가면의 얼굴로 비칠지도 모른다. 또한 약지 못하다고 해서 늘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주어지는 행운과 불운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중에서...